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식물이나 미생물 등 생물체에게 붙인 이름이다. 학명은 왜 필요할까? 학명은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생물의 이름이다. 학명은 나라마다 생물체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서 공통으로 부를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겼다.

들잔디의 학명 Zoysia japonica Steud.를 예로 들어 보자. 학명은 속명+종(소)명+명명자명으로 구성된다. Zoysia는 식물이 속한 잔디 그룹(속, genus) 이름이고, japonica는 그 식물의 이름(종, species) 이다. Zoysia속에는 여러 잔디 종류가 있다. 금잔디, 왕잔디, 갯잔디 등이 그들이다. 모두 종명은 다르다. 그럼 명명자인 Steud.는? 처음으로 들잔디에 학명을 만들어 학계에 보고한 사람이 Steud.라는 의미이다.

보통 학명을 활자로 접할 때는 속명과 종명으로만 볼 수 있다. 명명자명은 생략해도 좋다. 규칙이 그렇다.

2개의 이름(속명과 종명)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이를 이명법(二名法)이라 한다. 유명한 분류학자인 린네가 제안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문헌에서 Zoysia japonica Steud.

대신에 Zoysia japonica로 표기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종 이상의 분류군(속·과·목·강·문·계)에서는 한 단어로 쓴다. 그래서 일명법(一名法). 잔디 속(genus)의 이름은 Zoysia. 잔디가 속한 과(family)는 화본과(벼과)로 Poaceae. 모두 한 단어이다.

명명자들은 학명을 지을 때 이름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는다. 예를 들면, 그들은 보통 속명이나 종소명(종명이나 종 이하의 분류계급 이름으로 변종 등)에 생물체의 특징(생물체의 형태, 기원, 내력, 지명, 이름)이나 발견된 서식처, 발견한 과학자의 이름 등을 사용한다.

잔디 속 이름인 Zoysia는 오스트리아의 식물 학자 Karl von Zois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 신문에서 가끔 볼 수 있듯이 어떤 연구원이 신종 미생물을 발견했을 때 koreana를 학명에 넣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학명에 서식처(한국)를 사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도감 등을 통해 학명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학명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기본적인 내용만 살펴보자.

학명은 대부분 라틴어이거나 라틴어화하기 때문에 라틴어 문법을 준수해야 한다. 속명은 첫 글자가 명사, 단수, 주격이기 때문에 대문자로 표시한다. 반면에 종명의 품사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소문자로 시작한다. 들잔디의 학명이 Zoysia japonica 로 표기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보통 이탤릭체로 쓰지만, 여의치 않으면 이탤릭체 대신에 밑줄을 그어 다른 단어와 구별한다. 만일 같은 학명이 반복되어 사용될 때에는 혼동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속명의 첫 철자만으로 줄여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Zoysia japonica Steud.는 Z. japonica로 줄여 쓰면 된다.

학명은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분류계급에 따라 식물이나 미생물 등 생물체의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디 병원균이 같은 분류계급이라면 많은 경우에 동일한 농약으로 방제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학명이 학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반복하건데 학명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다.

따라서 학명으로 궁금한 생물체(식물이나 미생물 등)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한글명이나 영명 등 다른 이름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전문적이며 다양한 정보와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