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마름병은 전세계 골프장에서 가장 흔한 잔디 병 중 하나다. 1927년 미국 John Monteith에 의해 처음 발견된 동전마름병은 영명과 학명이 여러 번 바뀐 후에 영국 학자 Bennett에 의해 이름이 결정된다. 그는 병원균 자낭포자병(sporophore) 구조가 소균핵이 뭉친 모양과 유사해 균핵버섯과(Sclerotiniaceae)에 넣고 Sclerotinia homoeocarpa라는 학명으로 제안,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다른 균학자인 Whetzel은 1946년 동전마름병균이 자낭반(apothecia)은 형성하지만 균핵을 형성하지 않고 자좌(stroma)만 형성한다는 점에서 자루접시버섯속(Rutstroemia)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채택되지 않는다. 1973년 영국서 분리된 동전마름병균에서 자낭반(Apothecia)과 자낭포자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제안됐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동전마름병 병원균 분류학적 위치는 1946년 이래 지금까지 70년 넘게 논쟁이 이어졌다. 병원균 형태 및 rDNA 염기서열 증거가 균핵버섯과보다 자루접시버섯과(Rutstroemiaceae)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2018년 USDA에 근무하는 균학자 Crouch와 연구진들은 한 편의 논문을 통해 70여 년의 긴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들은 동전마름병 병원균의 계통분류학적 위치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병원균을 수집한다. 수집한 균주의 염기서열(CaM, ITS, Mcm7, 1810-bp) 데이터를 자루접시버섯과의 다른 그룹 데이터와 비교한다. 결국 그들은 동전마름병균인 S. homoeocarpa가 더 이상 Sclerotinia 속의 종이 아님을 확인한다.

그들은 동전마름병균이 자루접시버섯과에 속하지만 그 과에 속하는 다른 속(genus)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속인 Clarireedia를 만들게 된다.

놀랍게도 연구진들은 전세게 동전마름병균이 하나의 종이 아닌 4종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해서 분류하고, Clarireedia bennettii, C. jacksonii, C. monteithiana, C. homoeocarpa로 명명한다. 결국 동전마름병원은 수십년을 돌고 돌아 1946년 Whetzel이 제안했던대로 자루접시버섯속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병원균 위치가 제자리를 잡으니 이후로 많은 논문이 쏟아졌다. 특히 2019년 중국 난징농업대학 그룹에 의해 2종(C. paspali와 C. hainanense)이 더 추가되어 잔디 동전마름병을 일으키는 Clarireedia 속은 6개의 종으로 늘어난다.

식물 병원균 분류에서 사용되던 형태학적 분류와 같은 고전적 분류방식이 DNA나 RNA와 같은 분자 수준에서의 기법이 추가되면서 잔디 병원균 분류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흥미롭게도 Clarireedia 속 6개 종의 지리적 위치는 크게 다르다. C. homoeocarpa는 영국에서만 발견된 반면 C. benettii는 주로 영국과 미국에서 발견됐다. C. jacksonii와 C. monteithiana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C. paspali와 C. hainanense는 중국에서 발견됐고 시쇼어 파스팔름(seashore paspalum) 잔디에서만 관찰된다.

이러한 근거로 잔디병리학자들은 Clarireedia 속에 여러 종이 추가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같은 동전마름병 병원균의 분류학적 재위치는 앞으로 기주범위, 저항성 품종, 살균제 저항성과 같은 추가적인 연구로 이어질 것이다.

어쩌면 Clarireedia 속의 등장이 동전마름병 병원균이 그동안 전 세계 코스관리자들을 왜 힘들게 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Clarireedia 속에 관한 연구는 아직 시작도 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잔디병리학자들의 2023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