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두 칼럼]골프대회 TV중계가 만들어낸 시그니쳐홀의 탄생 배경
[하종두 칼럼]골프대회 TV중계가 만들어낸 시그니쳐홀의 탄생 배경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3.07.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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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골프산업은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을 거듭했다. 다양한 공략이 가능한 웻지의 발명과 더 정확하고 더 멀리 날아가는 볼의 진화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 또는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그것은 현장에 직접가야만 볼 수 있는 스포츠가 각 가정 안방과 거실에서 TV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TV가 발전하기 이전에는 뉴스나 라디오로 대회 결과만 알 수 있었지만, 이후 골프도 TV화면에 등장함에 따라 골프코스 개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18홀 기준 약 30만평 전후의 대자연속에서 펼쳐지는 가장 크고 넓은 스포츠 필드다. 너무 넓은 부지로 인해 TV중계 초창기인 1970~80년 대에는 전 홀을 중계하지 못하고 마지막 3개 홀 정도만 전파를 탈 수 있었다. 마지막 3개홀 중계 방식은 골프코스 홍보와 맞물려 골프코스 개발에 있어 마지막 3개홀에 집중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골프코스 18홀 중 가장 드라마틱한 홀은 마지막 3개홀이다. 스코어가 조금 뒤쳐져 있더라도 공격적 플레이로 모험을 하면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홀이 마지막 3개 홀이다. 골프코스 특징과 TV중계가 맞물려 당시 개발된 대부분의 코스들은 마지막 3개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 낸 말이 시그니쳐 홀(signature hole)이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전략적인 홀이 마지막 3개홀에 집중되었고, 이 홀들이 TV에 중계되면서 골프산업은 더욱 더 발전하게 되었다.

1970~8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프코스가 개발되었던 시기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2000여개에 머물렀던 미국 골프코스는 경제적 부흥으로 이후 80년대까지 1만50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늘어난 골프코스 수만큼 투자는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코스들이 18홀 전체에 투자하기 보다는 특정 홀에 집중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TV중계 환경과 한정된 개발비용으로 시그니쳐 홀이라는 말은 해당 코스를 대표하는 홀이라는 말로 상징되었다.

당시 개발된 대표적 시그니쳐 홀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쉽 개최지 TPC Sawgrass의 17번 홀이다.

파3홀인데 대회 티 기준 120미터가 좀 넘지만 파 세이브가 힘든 홀이다. 그린 주위 조금만 넘어서면 워터 헤저드에 빠지는 아일랜드 홀인데, 그린 앞에는 들어가면 제대로 스윙이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벙커가 있어 그린 공략을 막는 성벽과 같다.

삼각형처럼 이루어진 그린 언둘레이션은 대회 중 드라마틱한 장면을 수없이 만들어 냈다. 세계 탑 플레이어들이 뒤 땅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특이한 홀이지만 분명 대표적인 시그니쳐 홀이다. 1980년에 오픈한 TPC Sawgrass 당시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코스로 개발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그니쳐 홀이란 개념은 현대 골프코스 개발에는 더이상 적합하지 않다. 이제 대회 중계는 마지막 3개홀 그치지 않고 18홀 전체가 TV화면에 보여 지기 때문이다. 드론의 발달로 하늘에서 내려보는 코스 중계도 가능해졌다.

이제는 18홀 전체가 시그니쳐 홀이 되어야 한다. 골프코스 개발에 대한 투자 환경도 달라졌다. 이제는 단순 골프코스 단일 개발이 아닌 리조트나 주택이 포함된 대규모 개발로 발달했다.

특히 중장비와 다양한 기술 발달로 불가능한 코스개발이 사라진지 오래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제는 18홀 전체가 시그니쳐 홀이 되어야 한다.

골프코스 설계의 세계적인 거장 탐 파지오는 이제는 시그니쳐 홀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고 18홀 전체가 시그니쳐 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4만개에 가까운 전세계 골프코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특별함이 있어야 하는데, 특정 홀에만 시그니쳐 홀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적정치 않다는 것이다.

전 홀이 시그니쳐 홀이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눈대중이나 운칠기삼으로 공략해야 하는 블라인드 홀은 이제는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는 여전히 아쉬운 홀들이 너무도 많다.

 

하종두 JDGA 대표
하종두 JD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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