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병 방제에서 화학농약은 늘 빠르고 높은 효과 때문에 관리자들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부담과 약제 저항성 발생 등 문제로 잔디 관리 현장에서는 품종 저항성이나 관리적 방법이 적용되는 종합적병해충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 IPM)가 일반적이다.

IPM은 195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스턴(Stern) 교수가 화학적 방법과 생물학적 방법을 보완하는 종합적 방제를 주장한 이래로 병해충잡초 관리의 중요한 개념으로 인용되어 왔다.

화학적 방제는 병해충잡초를 제거하는데 목표가 있는 반면에 IPM은 병해충잡초가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켜 피해를 줄이는데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다. 생태계를 고려하면서 병 방제 수준을 조절하는 것이다.

잔디용어사전에서 IPM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이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병해충 밀도를 경제적 피해수준(economic threshold)에 이르지 못하도록 유지, 관리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병해충의 완전 제거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즉, 평소에는 농약을 제외한 다른 수단으로 병해충의 밀도를 억제하다가 그 밀도가 경제적 피해수준을 넘어갈 우려가 있을 때에만 농약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현재 IPM은 종합적 식물관리로 개념을 넓혀 적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골프장 잔디 병으로 제한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골프장에서 식물병 방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잔디 종류, 병원체, 병 발생 전력, 예상되는 환경 조건, 방제 자재의 효과, 노력과 비용 등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고려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장 경제적이며 성공적인 방제를 할 수 있다.

IPM에서 화학적 방제는 방제비용보다 수익이 높다고 예상될 때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해가 없거나 적다고 예상될 때에는 방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병원균에 대항하는 길항미생물 등 자연이 가지는 예방이나 방제 능력에 기대하고 그들의 활동이 높아지도록 잔디밭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잔디 품종도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것을 선발하여 식재하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IPM이라고 해서 늘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IPM 이론 근간이 되는 경제적 피해허용수준(Economic Injury Level, EIL)은 그래서 중요하다. EIL은 해충 방제 분야에서 처음 출발한 이론으로, 병이 발생했을 때 그 피해 수준이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한계에 다다르면 화학적 방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EIL 수준을 기다리다가 방제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제적 비용에 민감한 농작물 재배에서는 EIL에 도달하기 전에 낮은 수준에서 방제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필요한 방제수준(요방제수준)이나 필요한 방제밀도라고도 한다. 요방제수준 설정은 채소나 과수에서 매우 민감하다. 왜냐하면 채소나 과수는 조금만 손상을 입어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골프장으로 가보자. 요방제수준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확한 모니터링과 빠른 의사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잔디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홀컵 담당 직원의 역할은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잔디상태를 모니터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의 보고 이전 먼저 준비해야할 것이 있다. 골프장마다 코스관리팀장별로 잔디 병 종류별로 요방제 수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방제적기에 맞춰서 병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7월은 비가 잦다는 예보다. 잔디 병과 한판 승부에서 끝내 이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