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터 맥킨지(1870~1934) 박사 시대부터 내려오는 루팅플랜의 13가지 기본적 고려사항을 지난호에서 알아보았다.
이처럼 중요한 루팅플랜을 거쳐 레이아웃을 만드는 것은 종합 예술과 같다. 홀을 배치하는 순간 그 홀이 지니게 될 다양한 가치, 즉 뷰(view)의 가치, 플레이적 가치, 앞으로 역사적인 순간마다 새롭게 더해질 가치 등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을 가치를 코스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홀을 배치하는 순간 그 홀의 성격, 즉 홀의 존재감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설계가는 3차원적인 이해력(지형 분석에 의한 입체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직 그 곳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홀을 창조하려 한다.
루팅플랜을 시작하려면 홀 모양을 준비해야 하고, 부지 경계선이 그려진 지형도가 있어야 한다.
주어진 토지 내에서 어떤위치에 어떤 홀을 배치해야 매력있는 홀을 조성할 수 있을까? 지형을 어떻게 이용해야 지면과 동화되는 홀을 조성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한다면 자연이 해저드(hazard)가 되는 홀이 최고의 홀이다.
세계 100대 코스 또는 그 나라의 유명 코스를 돌아다니면서 그림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플레이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필자는 뉴질랜드 퀸스타운 인근에 위치한 18홀 코스 애로우타운 골프클럽(Arrowtown Golf Club·사진)에서 직접 플레이를 해본적이 있다.
이 곳의 특징은 일반적인 코스에는 기본으로 있는 샌드벙커(Sand Bunker)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워터해저드도 없었다.
비록 18홀 그린 좌측에 연못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폰드로 워터해저드의 개념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코스는 샌드벙커 대신 자연스러운 언듈레이션이나 계곡 능선 등을 이용한 자연의 해저드를 골프코스에 적용해 홀 난이도를 구성했다.
이러한 골프코스에서 플레이를 하면 천연재료와 조미료로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샌드벙커를 만들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1900년대 초 조성된 코스라서 설계가의 이름이 적혀있지도 않았고, 매니저에게 물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시대의 흐름은 빨라지고 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골프는 슬로 스포츠(Slow Sport)의 일종이다.
슬로 스포츠인 골프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골프코스 설계 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어디까지 타협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