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19] '라운딩·필드·양파' 이제 그만···잘 못 쓰고 있는 골프용어들
[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19] '라운딩·필드·양파' 이제 그만···잘 못 쓰고 있는 골프용어들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3.08.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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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의 언어 혁명은 언어를 ‘내용’과 ‘형식’의 결합체로 정의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내용’이 ‘기의’(시니피에)고 ‘형식’이 ‘기표’(시니피앙)다. 그런데 언어에서 기의와 기표 관계가 사회적으로 약속된 후에는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특성을 ‘언어의 사회성’이라 한다.

우리가 ‘신발’이라고 부르는 것을 영어로는 ‘슈즈 shoes’, 일본어로는 ‘쿠쯔 くつ’, 중국어로는 ‘시에 鞋’라고 한다. 이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정한 약속이다.

그런데 그 약속을 어기고 누군가가 ‘신발’을 ‘시계’라고 한다면 아마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의무고, 정해진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15세기 이후의 골프는 긴 역사만큼이나 그 용어도 생성과 소멸을 겪어왔다. 그러다 보니 질 못 쓰는 용어도 있고, 안 쓰는 용어도 있고, 사라져 버린 용어도 있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 골퍼들과 달리 우리나라 골퍼들만 언어의 사회성, 즉 정해진 약속을 어기고 마음대로 바꿔쓰는 말들이 많다.

한국 골퍼들이 가장 많이 잘 못 쓰는 용어 3개를 꼽으라면 ‘라운딩’ ‘필드’ ‘양파’다.

첫째, 위원회가 정한 순서대로 18개의 홀(또는 그 이하)을 플레이하는 것은 ‘Round 라운드’다. 라운딩(Rounding)은 세계 어디에서도 안 쓰는 말이다. 골프 이외에 다른 스포츠에서도 ‘라운드’라는 말을 쓰는데, 라운딩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 다음은 골프를 하는 장소, 즉 ‘골프장’을 의미하는 것은 ‘Golf Course 골프 코스’인데 대다수의 골퍼가 필드라고 한다.

골프에서 사용되는 필드(Field)라는 용어는 ‘출전 선수 목록’으로 ‘대회 참가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구성하는 개인’을 뜻한다. 필드에 대한 네이버 검색의 골프용어 오류는 현재 수정이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파3에서 6타, 파4에서 8타, 파5에서 10타의 스코어를 의미하는 것은 ‘Double par 더블 파’다. 양파는 두 개나 짝을 의미하는 한자 ‘양(兩)’과 영어 ‘Par’를 합쳐서 만들어낸 한국 골퍼들의 창조성이 빛나는 말이다. 앞으로는 ‘더블 파’라고 말하자. 그리고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에 좋은 ‘양파’(onion)는 건강을 위해서만 먹자.

2019년 1월1일 발효된 새로운 골프 규칙으로 정점을 찍은 규칙 현대화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는 게임 규칙을 더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경기 규칙에 따른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규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와 용어에도 적용되었다. 구력이 긴 골퍼들은 새로운 용어에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제 안 쓰는 용어를 계속 사용할 수는 없다.

변경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보면 벙커와 워터 해저드를 모두 포함하던 해저드(Hazard)는 패널티 구역으로, 티잉 구역과 퍼팅 그린, 벙커와 페널티 구역을 제외한 골프장의 모든 구역을 의미하는 스루 더 그린(through the green)이 일반 구역(General Area)으로 변경됐다.

일시적으로 고인물이 ‘Causal Water’에서 ‘Temporary Water’로, 티샷을 하는 티잉 구역이 Teeing Ground에서 Teeing Area로, 국외자(outside agency)를 외부의 영향(outside influence)으로,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이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Nearest Point of Complete Relief)으로 바뀌었다.

우리만 번역해서 쓰던 잠정구는 영어 발음 그대로 프로비저널볼(provisional ball), 오구는 잘못된 볼(wrong ball)로 사용해야 한다. 움직이고 있는 공이 국외자(局外者)에 의해서 방향이 바뀌거나 멈추는 것을 가리키는 ‘Rub of the Green’은 삭제됐다.

많은 골프 관계자, 골프 매체, 칼럼니스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라운딩, 필드, 양파는 종양처럼 번지고 있다. 골프 프로임을 자임하는 사람들과 골프방송 채널, 골프장(캐디포함), 스크린골프 업체들도 골프 용어의 오용을 선도하거나 방치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속을 파괴 하려는 쿠데타나 다름없다. 올바름을 지키기 위해 골프를 사랑하는 우리부터라도 바른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자.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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