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수의 우리 주변 잔디 이야기 1] 잔디 특성과 강점 무시한 ‘잔디주차장’ 유감
[장교수의 우리 주변 잔디 이야기 1] 잔디 특성과 강점 무시한 ‘잔디주차장’ 유감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3.09.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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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주차장. 말 그대로 풀이하면 잔디밭으로 조성된 ‘잔디가 주연인 공간’이다. 그런데 과연 잔디가 주연일까?

여러분 주변의 잔디주차장을 확인해 보라. 누가 보더라도 잔디 주차장의 주연은 콘크리트 블록이다. 잔디는 그저 콘크리트 블록 사이 구색맞추기용 작은 조연 역할이다.

대부분의 잔디주차장은 모내기하듯 잔디를 토양에 꽂아서 심는 플러깅(plugging)이란 식재방법으로 조성됐다. 잔디 주차장 블록 밑에는 보통 차량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크기와 무게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존재한다. 잔디주차장을 구성하는 비율로만 보자면 주차장용 잔디가 맞다.

잔디주차장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과 같은 불투수성 소재로 조성된 공간을 잔디 식재 블록으로 대체한 곳이다. 보통 도시의 생태기반지표를 높일 수 있는 목적으로 설치된다.

환경부는 도시에서 택지개발이나 공동주택사업 등을 추진할 때 자연순환기능 생태면적률을 일정비율 이상 확보하도록 ‘생태 면적률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잔디주차장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도심지에서 맨땅이나 녹지를 배수가 되지 않는 불투수포장으로 바꾸면 물 순환에 문제가 생겨 여름철 저지대 침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잔디주차장은 기존 주차장보다 수자원 관리와 동식물상 등 도시환경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지금의 잔디주차장은 잔디가 살아가기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잔디는 뜨거운 여름철에 태양열로 달궈진 콘크리트 사이에 있어야 한다. 콘크리트는 맨땅보다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20℃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배수도 취약하다. 콘크리트 블록 사이 잔디 식재 공간은 아주 좁다 보니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물이 밑으로 내려가기보다 흐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공간조차 사람들과 차량 답압으로 단단해져 물빠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물이 뿌리까지 내려가기 쉽지 않다.

또 차량 답압과 매연 그리고 높은 열에 그대로 노출된다. 주차가 장기간 지속되기라도 하면 잔디는 그늘과 건조 때문에 죽기 쉽다.

그럼 잔디가 주연이 되는 주차장은 어떤 모습일까? 잔디 식물체가 잘 살 수 있는 블록으로 조성돼야 한다. 일테면 블록과 블록 사이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면 잔디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 잔디가 죽더라도 살아있는 옆 잔디 줄기가 자라 죽은 잔디 공간을 채울 수 있다.

가끔씩이라도 깎아주면 더욱 잘 퍼진다. 주차장을 조성할 때 블록 표면 아래에 잔디 생장점이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뿌리가 깊이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으면 좋다. 그래야 답압이 있어도 잔디 잎, 줄기, 뿌리가 잘 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잔디주차장의 녹지율(콘크리트 블록 대비 잔디 비율)도 높아지게 된다.

잔디를 심은 후에도 뿌리가 활착할 시간은 넉넉히 줘야 한다. 잔디 뿌리가 활착하기 전 주차장을 무리하게 운영하면 잔디가 죽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식재시기도 그렇다. 들잔디는 초봄부터 초여름이 식재 적기다. 비가 오지 않는 여름철 식재는 고온과 건조로 잔디가 살아남기 어렵다.

장기주차도 잔디에게는 치명적이다. 요즘은 잔디주차장이 주변에 흔하지만, 잔디품질이 좋은 주차장은 보기 쉽지 않다. 잔디주차장에서 잔디가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잔디의 생리생태를 잘 아는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자치단체 소속 주차장 담당자들은 잔디 전문가를 찾는데 망설이지 않으면 좋겠다. 주변 천연잔디운동장이나 골프장 잔디 전문가들에게 잔디에 관해 자문을 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경영과). 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밭 사계,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경영과). 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밭 사계,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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