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볼이 그린에 떨어질 때 만들어지는 볼마크는 골퍼에겐 단순히 수리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코스관리자에겐 소중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생성된 볼마크의 유형으로 그린 표면 성능과 관리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볼마크가 여느 때보다 나쁜 형태로 나타난다면, 그린에 그만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수분이나 밟아만 봐도 느껴지는 무른 상태의 그린처럼 뚜렷하게 보이는 원인도 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볼마크가 심각한 경우가 있다. USGA그린섹션이 그 원인과 진단법 등을 정리했다.

표면이 찢어지는 심각한 볼마크 원인

분명한 것은 젖은 상태의 그린은 볼마크의 심각함을 높이고, 과도한 유기물이 있는 그린은 볼마크가 표면이 찢어지고 폭발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 그러나 느낌도 견고하고 측정치도 견고한데 볼마크가 여전히 심각한 그린은 왜 그럴까?

견고한 그린에 나쁜 볼마크가 생성되면 그린 표면 강도의 문제가 있다고 봐야한다. 여기서 강도는 그린이 볼 낙하에 의한 잔디 및 표면이 파손되는 것과 관련된 전단강도(shear-strength, 물체나 구조물에 하중이 가해졌을 때 파괴되지 않고 견디는 최대 응력)를 의미하며, 견고함(firmness)과는 구분된다.

약한 퍼팅 표면을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원인은 다음과 같다.

-유기물이 너무 적으면 퍼팅 표면의 탄력성이 제한되고 볼마크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린은 낮은 유기물 비율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표면 강도를 위해 적정 수준의 유기물이 필요하다.

-경종적 관리는 일시적으로 표면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에어레이션과 같은 경종적 관리는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하지만, 작업하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적어도 일시적으로 볼마크를 악화시키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열악한 생육 환경은 더 약하고 더 볼이 잘 파고드는 퍼팅 표면을 만든다. 볼마크가 더 뚜렷하고 생육 환경 열악한 그린에서 골퍼가 더 많은 퍼팅을 하게 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이든 코스장비든 트래픽이 많으면 표면이 약해지고 볼마크가 나빠질 수 있다. 트래픽은 전체 그린 또는 특정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벙커가 그린 진출입 경로를 제한하고 있다면, 트래픽이 특정 경로에 집중돼 잔디가 약해진 구역이 생길 수 있다.

-그린잔디 종류도 볼마크 정도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크리핑 벤트그래스와 울트라드워프 버뮤다그래스를 비교한다면, 벤트그래스는 볼마크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버뮤다그래스는 덜 움푹 들어가거나 살짝 맞는 정도의 볼마크가 생성되는 일이 많다. 물론 벤트그래스가 견고하고 탄력 있는 표면을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나, 잔디 기본 특성상 상대적으로 버뮤다그래스에 비해 표면 강도가 낮은 편이다.

전단강도 테스트 방법

이처럼 볼마크가 유독 심하게 생성될 때, 그린 전단강도를 살피는 것이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린 표면 강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일부 코스관리자 및 농경학자들은 그린스피드를 측정하는 스팀프미터처럼 전단강도 테스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경기장 잔디 뿌리 시스템을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도구로, 표면 강도뿐만 아니라 특정 잔디 뿌리 시스템 및 환경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클릿(cleat, 골프화의 스파이크처럼 운동화에서 미끄럼을 방지하는 밑창)의 유형과 깊이를 파악할 수도 있다.

측정방법은 먼저 경기 중 사용할 클릿 모양을 장착한 다음 토양에 삽입한다. 잔디가 파손될 때까지 측정기를 누르고 돌리면 잔디 전단강도에 대한 판독값이 뉴턴미터(Nm)로 제공된다.

골프화나 축구화의 스파이크 모양처럼 장착하는 클릿 형태와 깊이를 바꿀 수 있어 해당 스포츠에 맞춘 잔디 전단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골프장 그린의 경우 지속적으로 측정하면 볼마크가 심하게 나타나는 전단강도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잔디 전단강도 테스터는 새로 조성된 코스가 경기하기 충분한지 판단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잔디가 충분히 뿌리내리고 자리 잡았음을 전단강도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 시에는 다른 구역보다 잔디 뗏장 이음새와 모서리 부분을 더 많이 테스트하는 게 좋다.

페블비치의 볼마크 수리 아이디어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볼마크는 경기가 있는 한 생기고, 이를 수리하는 것은 골퍼와 코스관리자의 영원한 숙제다.

골퍼가 볼마크를 책임져 주는 것이 기본이지만, 완전치 못한 곳이 대부분이며 여러 한계로 코스관리자가 수리하는 곳도 많다. 때문에 코스관리팀의 볼마크 수리 노하우도 하나의 경쟁력이 된다.

세계 최고의 골프코스 중 하나인 페블비치골프링스도 가득 찬 티 시트와 대회 일정으로 무수한 볼마크가 생성되는 곳으로, 이를 대응하기 위한 볼마크 수리법을 갖고 있다.

페블비치는 볼마크 수리에 자체 제작한 맞춤형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특이하면서도 익숙한 모양인 이 수리도구는 한쪽에 얼음송곳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1.27mm 유공타인이 있다.

코스관리팀은 타인을 이용해 오래된 볼마크 중앙의 손상된 잔디를 제거한 다음, 반대편 송곳으로 주변 잔디를 수리한다. 그 결과 갈색이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잔디 표면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