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빠른 그린 획일화 경향···속도 낮추고 설계미학 더해야
무조건 빠른 그린 획일화 경향···속도 낮추고 설계미학 더해야
  • 이주현
  • 승인 2023.10.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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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설계와 그린스피드 (상)
'무조건 빠른 그린스피드'의 신봉은 오늘날 그린 설계를 너무 평평하고 획일화하는 문제를 낳았다. 코스설계가들은 속도를 어느 정도 제한하고 그린에 다양성을 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말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무조건 빠른 그린스피드'의 신봉은 오늘날 그린 설계를 너무 평평하고 획일화하는 문제를 낳았다. 코스설계가들은 속도를 어느 정도 제한하고 그린에 다양성을 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말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빠른 그린스피드는 오늘날 골프에서 ‘무조건 좋은 것’이라 인식되지만, 그로 인해 잃게 된 것도 많다. 좋은 코스를 만들거나 복원해야 하는 코스설계가들도 그린스피드는 고민거리다. ‘더 빠르게’라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역동적 그린보단 평평하고 잘 구르기만 하는 그린이 강제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를 바꿔보려는 움직임인지, 최근에는 그린스피드를 줄이고 설계철학과 개성을 살리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GCA가 이러한 사례를 만들어낸 코스설계가들의 얘기를 모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었던 에드워드 스팀슨은 1935년 오크몬트CC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진 사라젠(1974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이 퍼팅하는 것을 보고 그린이 얼마나 빠른지 궁금해 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측정 장치(스팀프미터)를 발명했다.

그리고 한 견해에 따르면 그 후로 이 단순한 측정 도구가 점점 더 빠른 그린을 확보하기 위한 골프장 간 경쟁의 주체가 됐다. 이러한 시각으로 본다면 스팀프미터는 골퍼에게 ‘오늘 그린스피드는 얼마나 빠른가?’라고 묻도록 유도하고 ‘더 빠르게 만들라’는 암시를 주는 골칫거리다.

이는 그린의 설계적 흥미를 희생하더라도 ‘볼이 더 많이 굴러갈수록 퍼팅이 도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사가 완만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스팀슨이 1936년 자신의 발명품을 세상에 선보였을 때 그가 보고한 평균 그린스피드는 약 76㎝였다.

1970년대 중반 USGA는 스팀프미터를 보완해 1500개 이상의 그린을 테스트하는데 사용했으며, 평균 그린스피드가 약 198㎝라고 보고했다. 그중 가장 빠른 곳은 역시 오크몬트CC였으며 약 295㎝였다.

오늘날 200~250㎝의 그린스피드는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것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고급 코스는 그린스피드가 그것의 거의 2배를 기대하고 있으며, 적어도 미국에서 개최되는 메이저 챔피언십의 경우 400㎝ 내외의 그린스피드가 어렵지 않게 나온다.

요즘 코스 리노베이션의 가장 일반적인 이유 중 하나는 현대의 그린스피드를 고려할 때 그린에 핀 위치가 될 수 있을만한 평평한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코스설계가 제리 레몬스가 작성한 차트에 따르면 스팀프미터로 측정한 그린스피드가 305㎝를 넘기면, 2%가 훨씬 넘는 경사를 가진 그린의 어느 지역이든 깃발을 꽂기에 애매하다.

미국에서 코스설계 황금기(1차대전 이후부터 미국 대공황 직전까지)에 만들어진 그린 대부분이 이보다 훨씬 높은 경사를 보이고 있다. 이로 미뤄보면 최근 왜 그렇게 많은 그린이 바뀌었는지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텍사스의 코스설계가 커트 보먼은 “내가 자라면서 많이 라운드했던 브룩사이드CC(오하이오주 캔턴 소재)는 틀림없이 미국 최고의 도널드 로스 그린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곳은 핀 위치 구역의 약 70%를 잃었고, 여전히 핀 위치를 잡을 수 있는 구역은 4~5% 수준이다. 1921년 개장했으며, 1920년 가장 낮은 예고는 19㎜였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코스설계가 스튜어트 레니는 “골프에서 그린을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내 생각엔 경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며 “피터 톰슨(1988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은 처음 세인트 앤드류스에 갔을 때 퍼팅을 더 세게 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의 벨에어CC에서 제이슨 스트러커와 다나 프라이는 도널드 로스의 오리지널 설계를 멋지게 복원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벨에어의 새 그린은 현대 기준으로 볼 때 경사가 매우 심하며, 만약 골프장이 그린스피드를 365㎝ 정도로 셋업한다면 경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골프장은 설계가와 협력해 클래식 시대 기준으로는 높으나 현대 기준으로는 낮은 그린스피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설계가는 복원 작업에서 더 창의적이고 도널드 로스의 오리지널 설계에 더 충실할 수 있었다.

스트러커는 “복원 이전 대부분의 그린은 높이 올려진 받침대 모양이었다”며 “이는 역사적인 로스 그린과 전혀 비슷하지 않은 매우 현대적인 모양이었다”고 말했다.

골프역사가협회의 창립자이자 벨에어의 회원인 코너 루이스는 “복원 전 그린의 평균 스피드는 305~381㎝다”며 “스트러커는 복원 계획을 논의할 때 매우 구체적이었다. 로스의 경사면과 그린 특징을 복원하려면 골프장이 그린스피드를 33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골프협회는 그린을 가장 평평한 1점과 가장 심한 경사인 7점 사이로 평가한다. 협회가 벨에어를 평가했을 때 11개 그린이 7등급이었다. 그 그린의 스피드가 365㎝나 400㎝에 근접했다면 터무니없었겠으나, 305㎝ 정도라면 지역 최고 중 하나라는게 루이스의 생각이다.

그러나 복원된 그린 내 많은 경사가 로스의 설계보단 아직 덜한 것이 사실이다.

스트러커는 “현재 그린이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내부 마운드와 윤곽의 높이는 로스의 오리지널만큼 크지 않다. 당시에는 그린스피드가 현저히 느렸고, 그린의 복잡성을 복원하는 것과 부드럽고 빠른 표면에 대한 회원들의 니즈 사이에 타협점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회원은 일일 그린스피드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지 못할 것 같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일평균 스피드는 약 305㎝, 특별 이벤트의 경우 약 335㎝가 이상적이다. 핀 위치의 최대 경사도는 3%로 오늘날 기준으로는 꽤 높지만 지나친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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