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22] 골프경기 규칙 '순연·취소' - 고마운 비, 얄미운 비
[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22] 골프경기 규칙 '순연·취소' - 고마운 비, 얄미운 비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3.12.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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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KLPGA투어 S-오일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가 폭우로 취소됐다. 결국 챔피언조가 10번 홀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선두 김재희에 7타 뒤져있던 성유진이 3라운드 성적에 따라 우승자가 됐다. 첫 승을 노리던 김재희는 하늘을 원망해야 했다.

KLPGA가 선수들에게 공지한 ‘순연·취소’ 규정에는 기상악화로 출전선수가 한 팀이라도 18홀을 마치지 못하면 그 라운드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라운드가 취소된 경우, 그 라운드의 스코어와 페널티도 모두 취소된다.

KPGA 투어에서도 나흘동안 36홀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9월 열린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은 2, 3라운드가 남부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대회장인 코스모스링스 코스에 물이 차 결국 1989년 포카리스웨트 오픈 이후 34년 만의 36홀 대회서 김찬우가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골프를 비롯한 축구, 야구 등 실외 경기 종목은 자연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각 종목은 천재지변이나 악천후로 인한 경기 중단이나 취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골프에서도 규칙 5.7 플레이 중단 및 재개(Stopping Play; Resuming Play), 위원회 절차 4B 플레이 중단(Suspending Play), 로컬룰 모델 8J 악천후 및 경기 중단에 관한 절차(Procedures for Bad Weather and Suspensions of Play)를 두고 있다.

골프 경기 중단이 아닌 취소에 관한 내용은 위원회 절차 5A 경기 조건 설정(Setting the Terms of the Competition) ‘8.(8) 경기가 시작된 후 경기 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와 6E 플레이 중단 및 재개(Suspensions and Resumptions) ‘(4) 라운드 취소 여부’에서만 다루고 있다.

8.(8)에서는 경기 조건을 변경해서는 안 되는 상황으로 ‘플레이어들은 플레이할 홀 수를 예상하고 라운드를 시작하고, 그것에 따라 플레이 전략을 세울 수 있기에, 일단 라운드가 시작되고 난 후 그 라운드에서 플레이할 홀 수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

즉 18홀 라운드에서 모든 플레이어가 9홀을 플레이한 후 기상악화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경우, 위원회가 9개 홀 스코어만 가지고 경기 결과를 발표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고 있다.

또 경기 조건을 변경할 수도 있는 예외적 상황으로는 ‘기상악화와 같은 상황이 주어진 시간 안에 플레이할 수 있는 라운드의 수, 플레이해야 할 라운드의 수 또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라운드의 홀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상황에 따라 그 수를 변경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

6E.(4) 라운드 취소 여부에서는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위원회가 라운드를 취소시켜야 하는 경우에 대해 정해진 지침이 없다. 각 경우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어떤 조치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위원회의 몫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규정에 따라 라운드 취소 권한을 가진 위원회가 라운드 수는 조정할 수 있지만 그 라운드에서 플레이할 홀 수를 변경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10번 홀에서 7타를 앞서고 있었어도 그 라운드가 취소됨에 따라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리는 기현상이 생기고, 그 경기 결과 공정성에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야구의 경우에는 1경기 9이닝에서 과반인 5이닝을 기준으로 취소된 경기가 인정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5이닝을 끝낸 상황에서 심판이 결정한 경기 중단인 콜드게임은 경기취소인 ‘No game’이 아니라 정식경기로 인정된다. 18홀 중 과반인 9홀을 끝낸 상태에서 우천 취소되어 모든 기록이 사라지는 것 보다는 합리적이고, 좀 더 공정하다.

스포츠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권위를 존중받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있는 규정이라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외 골프 코스에서 진행되는 경기는 기상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명대회일수록 예비일을 둔다.

하지만 KLPGA 경우 현재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한화 클래식 두 대회만 공식적인 예비일을 두고 있고, KPGA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골프투어의 현실이다.

위원회 절차 6E.(4)에서도 선수들이 몹시 나쁜 날씨임에도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날씨가 점점 더 악화돼서 남은 홀 플레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날의 라운드를 취소시키고, 날씨가 상당히 좋아질 가능성이 큰 다음 날 그 라운드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쪽짜리 규정을 지키지 말고 규정을 지키려면 모두 지켜야 공정성이 산다.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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