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LPGA 골프 대회 중계방송을 볼 때다. 해설자는 마무리 멘트로 대회준비에 노고가 많았을 골프장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어쩌면 당연한 마무리 발언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분의 사려 깊음에 감동 받았다.

잔디는 갤러리처럼 통제가 되지 않는다. 잔디는 대회기간 중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그들만의 언어로 코스관리팀에게 고통을 호소한다.

골프대회를 위한 잔디관리는 과학 그 자체다. 잔디 양분 관리를 예로 들어보자. 코스잔디는 골프대회를 앞두고 식단조절에 들어간다. 퍼팅 그린은 볼이 구를 때 나오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선수들은 빠르고 예측 가능한 그린 상태를 원한다.

그러려면 퍼팅 그린 잔디 잎은 최대한 길이가 짧고 너비가 좁아야 한다. 다이어트를 단기간에 급히 하면 문제가 생기듯 퍼팅 그린 잔디 높이를 한꺼번에 낮출 수는 없다.

식물체가 짧은 잎 길이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를 앞두고 서서히 예고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그린 스피드는 점차 빨라진다. 대회 전부터 끝날 때까지 그런 조건에 맞는 식단조절이 계속되어야 한다.

보통 대회 10일 전후부터 질소 성분 비료는 시비하지 않거나 아주 적은 양만 한다. 질소가 잔디 잎을 잘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리면 선수, 갤러리, 무거운 장비가 잔디를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밟는다.

그래서 잔디는 평소보다 더 답압스트레스를 받는다. 잔디는 그 상황에 맞는 식단조절을 해야 한다. 잔디 잎이 무거운 무게에 잘 견디고 잘 서며 탄력이 생기도록 규산 및 칼슘 비료를 시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회기간에는 잔디에게 물도 제한 공급된다. 잔디가 물을 많이 먹어 연약해질 수 있고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난 뒤에 잔디는 후유증을 앓는다. 대회기간 중 너무 낮아진 예고가 주 원인이다. 예고가 낮아진 만큼 엽 면적이 줄어들어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탄수화물 양도 줄어든다.

양분이 더 필요하면 뿌리에 저장해둔 탄수화물을 사용해야 한다. 저장 양분을 사용하면 뿌리 길이가 짧아져 건조에도 취약해진다. 잔디가 받는 스트레스는 대회가 끝날 즈음 정점을 찍는다.

대회 종료후 잔디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대회 전과 반대로 예고를 조금씩 올리면서 시작된다.

잔디 건강의 회복은 대회를 준비했던 시간만큼 필요하다. 게다가 선수들이 만든 디보트가 수리되어야 하고 갤러리들이 가한 답압 스트레스로부터도 회복되어야 한다.

대회 기간 중 코스관리팀은 잔디 건강회복을 위해 노심초사한다. 높은 품질의 잔디 상태가 유지되지 못한다면 어느 뛰어난 골퍼가 와도 Today’s shot은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챔피언의 트로피도 색이 바랄 것이다.

그 어떤 갤러리가 낮은 품질의 잔디와 수준 낮은 골프경기를 보기 위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겠는가?

프로 골프대회에서 먼저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골프장 설계가에게 존경과 존중의 표시를 하듯이 대회 코스를 세팅하고 총괄하는 코스관리팀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자. 그게 골프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에티켓이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코스관리팀에게 잔디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고 방송에 임하면 좋겠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그 이상 정확한 정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 축구장이나 야구장 잔디전문가들에게도 사람들의 존경과 존중의 시선이 퍼질 것이다.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의 창의적 패스도 좋은 품질의 잔디밭에서 나온다. 신바람이 난 잔디관리자들의 헌신이 더해질수록 선수들과 갤러리 그리고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