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경기보조원(캐디)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 및 보건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보호 조처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던 중 상사 A씨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캐디 B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선고에서 지난 12월21일 양쪽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가 골프장 근무 전부터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A씨가 캐디들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지위상의 우위를 이용해 적정 범위를 넘어 B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점 ▲B씨가 숨지기 전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이를 A씨도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골프장 쪽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1억6000여만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앞서 B씨는 2020년 경기 파주시에 있는 이 사건 골프장에서 일하던 중 다른 캐디들도 함께 사용하는 무전에서 A씨로부터 “뚱뚱해서 못 뛰는 것도 아닌데 뛰라”거나 “네가 코스 다 말아먹었다”는 등의 질책을 했다.
또 출근표와 근무수칙 등 자료를 올리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퇴출당하는 등 심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를 받던 B씨는 그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가해자와 골프장측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 내용을 일부 바꿨다. “캐디는 특수형태 근로자로 사업주인 피고는 이 사건 골프장의 경기보조원이었던 망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는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제77조)는 등의 보호 조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B씨를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는 “골프장 캐디 등 특고 노동자에게 노무를 제공받는 사용자가 이들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방지할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