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교수의 우리 주변 잔디 이야기 7] 가을과 겨울 잔디잎이 낙엽처럼 떨어진다면?
[장석원 교수의 우리 주변 잔디 이야기 7] 가을과 겨울 잔디잎이 낙엽처럼 떨어진다면?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4.02.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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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휴면에 들어간 골프코스 들잔디 페어웨이.
한겨울 휴면에 들어간 골프코스 들잔디 페어웨이.

 

골프코스 잔디가 가을과 겨울에 낙엽처럼 지면 잔디밭은 어떤 모습일까?

정말 다행스럽게도 잔디는 겨울이 와도 낙엽이 지지 않는다. 지상부 잎과 줄기가 갈색으로 변하며 죽을지언정 땅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 잔디밭에서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골프와 산책이 가능하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먼저 나무를 예로 들어 낙엽과정을 살펴보자.

식물체 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여러가지다. 잎이 병해충 공격을 심하게 받았다거나 노화, 그리고 양분이나 생리적 불균형이 원인이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 가한 물리적 충격이 낙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가벼운 무게의 잎이라도 중력이 작용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겨울이 임박하면 나뭇잎도 낙엽 과정을 겪는다. 나무 줄기는 겨울 전 잎이 분리될 지점을 미리 정해 놓는다. 떨켜 또는 이층(離層)이나 탈리층이라고 한다. 잎자루와 줄기(가지)가 만나는 부분에 있는 세포층이다. 가을이 깊어가면 그 부분이 서서히 갈라진다. 잎은 떨켜의 갈라진 부분에서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 떨어진다.

역설적으로 잎이 떨어지면 나무는 겨울 준비를 끝냈다는 신호다. 다년생 식물에게 낙엽 과정이 너무 늦으면 겨울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늦게까지 진행되는 낙엽 과정은 나무에게 수분 손실로 이어져 건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 중 습도가 낮아지면 뿌리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것보다 식물체 속에 들어 있는 물이 증산작용으로 더 빨리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추위가 빨리 찾아와 낙엽이 너무 이르면 어떻게 될까? 잎에서 만든 광합성 산물(포도당)이 줄기나 뿌리로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과 봄에 사용할 양분 저장에 문제가 생긴다. 너무 이른 추위가 나무에게 좋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나뭇잎은 가을이 오면서 남아있는 양분을 낙엽이 되기 전에 저장기관인 줄기와 뿌리로 보낸다.

낙엽이 되면 양분은 잎과 함께 버려지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떨켜의 갈라지는 깊이는 깊어지고 잎자루와 줄기를 연결하는 물관과 체관도 차단된다. 따라서 줄기에서 잎으로의 수분 공급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낙엽이 지기 전에 잎이 먼저 마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들잔디는 나무처럼 겨울이 오기 전 잎에 있는 양분을 줄기와 뿌리에 저장한다. 하지만 잔디는 나무와 다른 잎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낙엽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생장점이 있는 줄기인 관부에서 나온 잔디 잎은 잎몸과 잎집으로 구성된다. 그 둘은 경령이라는 조직이 강하게 연결하고 잎집은 줄기를 감싼다. 게다가 잔디 식물체에는 떨켜가 없다. 잎이 나무에서처럼 높게 달리거나 무겁지 않아서 쉽게 땅바닥으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잔디의 지상부 밀도가 높다면 잎들은 서로를 지지해 낙엽을 방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들잔디 잎은 늦가을 추위에 얼어 죽어 갈색으로 바뀐다. 죽은 잔디 잎은 큰 충격을 가하지 않는 한 새잎이 나오는 봄까지 그 상태로 유지된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겨울에도 골프장에서 온전한 잔디밭을 즐길 수 있다.

죽은 갈색의 잔디 잎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부터 살아있는 줄기와 뿌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죽어서도 살아있는 잔디 조직과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잔디밭을 밟게 되면 그 무게에 의해 죽은 갈색 잎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봄에 새싹이 나오면 그때서야 그들은 낙엽이 된다. 겨울인 지금도 떨어지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잔디 잎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경영과). 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밭 사계,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경영과). 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밭 사계,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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