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양잔디가 사계절 녹색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것이 양잔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고, 그런 이유로 골프장이나 운동장에서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양잔디는 정말 사계절 녹색일까? 잔디밭의 녹색유지 기간은 잔디 종류의 유전적 특성이나 잔디가 처한 환경에 따라 그 기간이 크게 다르다.

대기 온도는 녹색유지기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한지형 잔디의 경우에 생육개시 온도가 0℃ 이상이다. 생육에 알맞은 온도는 15-24℃의 범위에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서늘한 봄과 가을에 잘 자란다.

만약 우리나라 겨울이 생육개시온도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한지형 잔디는 겨울에도 새싹이 많은 녹색으로 유지될 수 있다. 토양 종류에 따라서도 매우 다르다. 토양 중에 있는 공기, 수분, 양분 등의 종류와 양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체로 수분과 양분이 많은 토양일수록 잔디는 녹색유지기간이 길어진다.

그럼 한지형 잔디 종류에 따라 녹색유지 기간은 얼마나 다를까? 2000년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결과를 보자.

우리나라에서 이용되고 있는 대표적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 페레니얼 라이그래스 및 톨 훼스큐의 녹색유지 기간을 모래로 조성된 USGA 지반에서 평가하고 조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녹색유지 기간은 한지형 잔디 중에도 잔디 종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퍼레니얼 라이그래스가 322.3일(약 10.7개월)로 녹색 기간이 가장 길게 나타났다.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284일(약 9.5개월), 톨 훼스큐는 262.0일(약 8.7개월)로 녹색유지 기간이 가장 짧았다. 실험에 사용된 모든 한지형 잔디가 365일 녹색 유지를 못하고 겨울 혹한에 지상부 잎과 줄기가 갈색으로 변하며 죽은 것이다.

그럼 왜 양잔디가 사계절 녹색이라고 알려졌을까? 양잔디가 한국잔디에 비해 녹색기간이 상대적으로 훨씬 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요즘은 겨울에도 안방에서 녹색의 잔디밭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손흥민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8월 시작해 이듬해 5월 끝을 맺는다. TV 화면에 나오는 유럽 축구경기장은 한겨울에도 녹색이다. 우리나라 겨울 잔디밭과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겨울 기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고위도에 위치해 있지만, 해양성 기후 특성으로 겨울에도 우리나라에 비해 습하고 평균 2-3℃ 정도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위도도 낮고 온대성 기후대에 위치하지만,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겨울은 아주 춥고 건조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잔디는 겨울에 지상부가 갈색으로 변하며 죽고 만다.

잔디의 종류도 우리나라와 유럽의 녹색기간 차이의 원인이 된다. 유럽의 축구장에서 식재된 잔디 종류는 녹색 기간이 긴 페레니얼 라이그래스 100% 또는 퍼레니얼 라이그래스 위주의 혼합 초종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골프장이나 프로경기장에서는 답압에 강하고 피해로부터 회복이 빠른 켄터키 블루그래스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양잔디로 식재된 잔디밭은 아직 사계절 녹색이 아니다”가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아닌 이유는 유난히 따뜻하고 눈이 자주 오는 겨울이라면 제주도나 남부 지역 해안과 가까운 곳의 양잔디가 혹한에도 녹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계절 녹색의 잔디밭을 볼 날이 멀지 않을 수 있다. 한반도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